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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편집장 백] 홀로 밤을 지새우는 우리는 강하다

  • 2024-08-22
[편집장 백] 홀로 밤을 지새우는 우리는 강하다 
마음의 병에도 무너지지 않은 그대와 아픈 이에게 손을 내밀어준 그대에게 전하는 이야기
 
본 필자는 5년 전,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었다. 비록 일상 속에서 그전과 같이 생활했으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빠르게 증상들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그때의 흔적은 여전히 깊게 남아 지금의 필자에게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돌이켜보았을 때 당시에 가장 힘든 것은 사회적 인식이었다. 필자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 그 누구도 좋지 않은 말을 한 적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 없었지만, 말하고 있는 필자와 그것을 듣는 이 모두 그 상황을 어렵게 느꼈다는 것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듯 마음의 병은 우리 인류와 긴 세월 함께해왔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완화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그들은 잘못한 것이 없고, 우리는 작은 마음 하나만 주면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매우 빠르다. 본 필자 역시 편집장 연재 칼럼을 써오며 본 사회의 현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꾸준히 강조 및 사용해온 표현 중 하나였다. 빠른 변화의 흐름과 그에 대한 적응, 그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경쟁은 혹자로 하여금 정신적 압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인데, 그와 반대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출처: 한국병원협회). 그러나 이것이 사회적 인식과 상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추론 역시 가능한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 4분의 1이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때문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꺼려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세상은 차갑고 냉정한데, 주변에 있는 환경마저도 사실 그들을 응원해주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인식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학창시절 배웠던 낙인 이론만 생각해보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얼마만큼 한 사람에게 큰 파장이 되어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아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정신건강증진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질환 환자 중 30%가 사회적인 태도나 편견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를 앞서 언급한 것과 함께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지 못하면 현재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이런 현상들이 반복될 것 역시 분명하다. 

감기는 보편적이고 누구나 한번씩은 앓는 병이다. 불현듯 어느날 찾아와 잠시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감기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따듯한 차 한 잔, 평온하고 깊은 잠 한 숨, 회복을 돕는 약 조금이면 된다. 마음의 병도 감기와 다를 바 없다. 슬그머니 우리의 일상에 찾아와 일상을 잠시 바꿔놓는다. 그러나 따듯한 차와 같은 위로와 이해를, 회복을 돕는 약과 같은 전문인의 도움이 있다면 그리웠던 일상은 다시 품안으로 돌아오곤 한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이제 그만 감기처럼 마음의 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마음의 병에 대한 열린 마음과 따듯한 시선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고,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아닌 용기와 기운 찬 좋겠다. 모든 것은 변화에서 시작하는 법. 우리 사회가 진정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제는 마음의 병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작게나마 바란다. 

※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상담이 필요하신 분은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 ☎1577-0199, 또는 청소년 전화 ☎1388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24시간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편집장 강민군(22) 
BizOn Online Newsletter Vol.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