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궁행의 시간, 2015 임시정부루트탐방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자기 몸으로 직접 앞장서서 실제로 행하라' 6박 7일간의 여정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여, 독립 국가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

국민대학교 건학이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과거의 경험을 통한 결정이 중요하기에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보다도 '결정'에 가까이 있는 자들로서, 경영대학의 학생들에게 건학이념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선택을 만들어낼 줄 앎은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된다. 70년이 흐른 지금, 국민대학교의 학생들은 얼마나 건학이념을 인식하고 있을까? 국민대학교의 건학이념과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국사학과와 경영대학의 시간, '경영대학 임시정부 루트 탐방 프로그램'이 세 번째 탐방의 길에 올랐다.


▲OT에 참석한 임시정부 루트 탐방대의 모습(왼쪽)과 BizOn이 실시한 사전 설문조사(오른쪽)

 

6박 7일간의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학생들은 4개의 조로 나뉘어 자신들만의 탐방지 조사를 토대로 한 발표를 진행했다. 'OT'라는 이름 아래 주어진 소통의 시간에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하나씩 하나씩 탐방을 준비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출국 전, BizOn이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들은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음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이를 통해 얻게 될 학교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일정의 끝에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또한 '산업시찰', '문화탐방' 등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돌아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그들은 덧붙였다.

 

 

60년간 끊겨있던 우리나라 역사의 부활

루트 탐방의 주목적인 임시정부 요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학생들은 먼저 상해 임시정부에 방문했다. 일본의 탄압을 피하고자 프랑스 조계지역이 위치했던 상해에 자리한 임시정부청사에서는 급박했던 독립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훙커우 공원은 청년이 그러했듯 싱그러웠으며 푸르렀다. 중국 80만 국민당 군인도 해내지 못했던 거사를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해냈던 그곳은 대한민국의 위상임이 분명했다.






"30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공부했지만

나보고 독립운동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고 무서운 일이다.

그들의 활동은 단순히 폭탄을 던져 일본 장군을 죽인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뜻이 있으며 그것을 바라보길 바란다."

-훙커우 공원에서, 장석흥 교수

 




 

그 뜻이 프랑스 조계지역이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컸던 탓일까? 독립운동가의 발걸음은 익숙한 터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한 발자국씩 따라 밟다 보니 학생들의 눈앞엔 맑은 물이 넘치는 '가흥 김구 피난처'가 모습을 드러냈고, 좀 더 많은 발걸음을 뗐을 땐 항주에 다다라있었다. '임시정부청사'는 상해에만 있는 줄 알았던가?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임시정부청사는 항주에 위치해있었다. 잊혀서는 안 될, 소중한 또 하나의 역사임이 분명했다.

 

 

"대두 된 몇몇 독립 운동가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 투쟁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많다.

그러한 사람들을 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항주 임시정부청사에서, 장석흥 교수

 

 

세계시장의 축소판 “중국시장”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중국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중국이라는 크고 넓은 시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3개의 기업을 임시정부 루트 탐방단이 산업 시찰에 나섰다. '차이나 드림'을 이룬 그들은 그들의 성공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함께 일하는 자를 '동료'이자 '가족'이며 '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로 끈끈한 동료애를 갖고 있었다.

 

01.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기업 “농심”

한국에서 온 기업체들이 모두 농심을 방문해 보려 할 정도로 농심은 중국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중국이 흉내 내지 못하는 '김치 맛', 즉 한국인만의 매운맛을 이용한 선점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면 중국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그들은 조언했다.

 

 

"'중국 사람들은 안 씻는다', '짱깨' 등 부정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 진출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문화는 비평의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

-중국 진출에 대한 대답을 남기며, 상해 농심

 

02.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에서 우뚝 선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빠르게 진출함으로써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타이어는 현실감각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그들은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매 순간 생길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03.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만드는 “SK 하이닉스”

'SK 하이닉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SK 하이닉스는 한국 기업이지만 중국 무석에서 현지 기업 못지않은 높은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비록 1등은 아니지만, 그들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는 확신이 중국에서의 성공을 끌어낸 주 원동력이 된 것이다.

 

▲SK 하이닉스 산업시찰 중


 

중국의 시간을 담은 중국만의 문화를 느끼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등 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서당, 기생 유사사의 사랑을 담은 서호, 중국의 부귀한 역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졸정원 등 중국의 문화를 가득 담은 탐방지 또한 방문했다. 학생들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입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세워진 추모비

 

중국과 한국은 일본에 의한 뼈아픈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다. 30만 명이 넘는 난징대학살 기념관과 남경 위안소 박물관이 보여주듯 말이다. 실제로 남경 위안소 박물관은 많은 학생의 기억 속 가장 깊게 남은 문화 탐방지로 꼽히기도 했다. 일제 콘돔, 수술기구, 심지어는 위안소 내 방까지 생생하게 전시되고 재현된 그곳이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위안부 협의' 논란이 끊이질 않는 현재이기에 탐방 내 학생들은 깊은 생각에 잠기고, 먹먹함을 느끼는 듯했다.

 

국민대학교 내 역사와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사학과 학생들의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한 특별 가이드가 진행되기도 했다. 난징대학살 기념관 등 많은 탐방지에서 진행된 역사 수업을 통해 경영대학 학생들은 더욱 전문적이며 폭넓은 지식을 탐구할 수 있었다. 국사학과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준 탓일까? 다음 프로그램부터는 국사학과 학생들의 비중을 더욱 높여 임시정부 루트 탐방 프로그램이 전교적 차원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경영대 학생들은 밝혔다.

 

 

루트의 끝엔 아쉬움이, 새로운 시작엔 발전이

눈에 담은 것이 많고, 귀담아들은 것이 많았던 시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 또한 남았다. 하루에 적게는 3개, 많게는 4~5개의 탐방기관을 방문하는 일정 속 학생들은 탐방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체 일정을 고려해 탐방지마다 아주 짧은 시간만이 허락됨에 따라 학생들이 느끼는 촉박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한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많은 것을 보려다 보니 오히려 보지 못하는 것이 더욱 많았던 것이다.

 

▲조별 미션을 수행할 때를 제외하면 조만의 자유시간은 많지 않았다


기본 1시간, 길게는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동시간 내 잠만 잔다든가, 하루 일정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동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료함은 배가 됐다. 몇몇 학생들은 BizOn이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탐방이 주목적인 것은 알지만, 함께 루트 탐방에 떠난 학우들과 교류할 시간이 부족했음에 아쉬움을 느꼈다."며 교류 부족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6박 7일간의 긴 일정 중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미션 진행을 위한 시간을 제외한다면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루트 개선'이 제시됐다. 임시정부 루트 탐방인 만큼 이와 연관성이 적은 문화탐방의 비중을 줄이자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탐방 기관 중 임시정부와 관련된 곳은 5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문화 탐방지의 경우 이를 훌쩍 넘는다. 탐방의 메인 요소 중 하나인 산업시찰이 3곳에 불과한 것 또한 고려해본다면 문화탐방의 비중이 줄어야 한다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릴 필요가 있다.

 

탐방 3일째 진행되었던 절강 월수 외국어대학교에서의 수업 또한 학생들로부터 차갑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외국어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니만큼 '중국어' 혹은 중국과 관련한 수업을 기대했던 학생들이 대다수였으나 실제 수업은 '임시정부'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학생들의 불만은 수업 주제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수업의 질적 측면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마치 교육학과의 재학생이 '교생 실습'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미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다 들었던, 너무나도 기본적인 내용의 반복에 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임시정부 루트 탐방에 참가한 학생이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을 위해 수업이 필요한 것은 맞으나 수업의 질적인 측면에 개선이 필요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전에 탐방기관에 대한 설명을 담은 소책자를 자체제작해 자율탐방의 매개체가 될 수 있게 하자는 의견 또한 제시됐다. 해당 소책자 제작을 위해 체계적인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연락 방도가 제한적인 해외에서 한순간의 자유가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생각했을 때 무조건적인 자유는 보장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탐방에서 그러했듯 한 장소당 주어지는 관람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으로써 '직접 만드는 소책자 루트'가 적용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바랬던 자율성과 탐방의 의미가 진해지지 않겠는가?

 

▲루트탐방을 마치며, 2015 임시정부루트탐방대

 

해공 신익희 선생이 '이교위가 사필귀정', '독서불망구국'. '실천궁행' 등의 가치를 강조했듯 대학의 학문 활동은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구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독립을 위했던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이어져 설립된 학교 국민대학교. 임시정부 루트 탐방 프로그램은 소속 대학을 뛰어넘어 조국의 뿌리를, 학교의 뿌리를 최초의 민족사학 학생으로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타올랐던 화력이 평생 지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나라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라는 낯설고 먼 나라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의 불꽃이 쉽사리 꺼질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애국심을 담은 불꽃은 이번 임시정부 루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가슴 속에서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하게, 잔잔하게 타오르며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지식으로써 독립운동사를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독립운동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루트 탐방을 끝내며, 국민대학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