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한경 다이어리 #다낭

생생하게 듣는 '베트남에서 한국어로 경영학을 가르치자 In 다낭'

 

 

'베트남에서 한국어로 경영학을 가르치자(이하 베한경)!'는 매년 경영대학 재학생을 선발하여 2주에 걸쳐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경영학원론을 가르치는 경영대학의 동계 방학 프로그램을 말한다. 교류 대상 학교로는 각각 베트남 하노이 국립외국어대학, 호찌민 외국어대학, 그리고 다낭 외국어대학이 있다. '베트남 학생들에게, 심지어 경영 전공자가 아닌 그들에게 정말 한국어로 경영학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2015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12일까지 베트남 다낭 외국어대학교에 다녀왔던 그들의 일기장을 함께 열어 그 궁금증을 풀어보자!


▲베한경 in 다낭, 함께 파헤쳐보자!

 

"베트남이다!"

베트남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다낭 외국어대학교(이하 다낭 외대) 친구들이었다. 한없이 부끄러워하는 그들을 보니 고등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 만남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어색함이 사진을 뚫고 나올 듯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가? 호텔에 짐을 풀고 난 후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현지 음식점 방문! "không có lau thơm" 한국인에겐 익숙지 않은 향이 강한 고수, 향채를 음식에서 빼달라는 뜻의 베트남어를 달달 외웠건만, 부족한 발음 탓일까? 그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도 고수는 싫어! 결국 문구를 직접 보여주며 글을 통한 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5.12.28 베트남 공항에서

 

"경영이요? 잘 몰라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기에 낯설 수밖에 없는 '경영'이라는 학문. 현지 학생들은 우리가 경영학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하니 "경영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음, 경영이 낯설기만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경영학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것도 2주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말이야!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던가? 경영학원론의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치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경영의 큰 틀을 전달해주는 쪽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①경영학의 의미 ②회계 ③마케팅 ④인사조직 ⑤재무 ⑥생산·유통 ⑦경영정보시스템 ⑧전략경영'의 목차를 따라 목차별 핵심 내용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언어의 장벽은 너무 높아!"

한국인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단어인데, 현지 학생들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단어가 있다. 바로 '뜻'이라는 단어다. "너희 이 단어 뜻 알아?"라고 물었을 때 "뜻? 뜻이라는 게 뭐에요?"라고 질문이 돌아올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의 고민 끝에 떠오른 해결방안은 바로 '동의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동의어를 나열해줌으로써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뜻'을 설명할 땐 '의미'라는 단어를 얘기해줬더니 쉽게 이해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업에 집중해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워!"

베트남의 공부 환경은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실이 계속 바뀌는 데다, 컴퓨터가 없는 강의실도 있더군! 컴퓨터가 있는 강의실에서는 한 명의 강사가 있고, 조별로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전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컴퓨터가 없는 강의실에서는 결국 조별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한 명당 3~4명의 현지 학생들이 함께하는 조 구성으로 말이다. 전체 수업의 경우 한 명의 강사가 하루를 책임지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인원의 수업 부담이 적어진다. 하지만 현지 학생 개개인의 한국어 능력 정도에 맞춘 수업 진행이 어렵다 보니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지 학생들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 조별 수업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소규모 강의가 진행되니 현지 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오늘의 한 마디 "강의실만 충분하다면 조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만의 추억을 담아

 

"열심히 공부한 우리, 떠나자!"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수업이 없으니까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꿈 같은 일인지! 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아니므로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있을 당시 종강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베한경 준비'에 다들 여행지 조사를 끝마치지 못한 채 출국하는 것 같았지만, 우리 조는 출국까지 일주일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어 충분한 조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트랑이라고도 알려진 냐짱, 후에, 그리고 바나힐에이까지 총 세 곳을 여행해보기로 결정! 냐짱에 갈 때는 나이트 버스인 '풍짱버스'를 타고 장장 12시간의 이동을 해야 했다. 1월 1일에 도착한 냐짱,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바로 '빈펄랜드'! 빈펄랜드라는 하나의 섬 자체가 관광지인데 아쿠아리움, 놀이동산, 그리고 워터파크까지 있어 다양한 경험이 가능했다. 특히 놀이동산에 있는 모노레일은 탑승을 위해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풍경 하면 '바나힐'도 빼놓을 수 없지! 바나힐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가 있는데, 산으로 올라갈 때는 이 케이블카를 탑승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땐 마치 구름 위를 나는 듯했다. 진짜 구름 위를 날았던 걸까? 올라갈수록 추워져 결국 덜덜 떨었지…. 그래도 다낭에 갔다면 세 곳 모두 방문해봐야 제맛이지!

 

오늘의 한마디 "분명 모 포털사이트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면 2시간에 한 번씩 휴게소를 들른다고, '볼 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길가에 멈추고 볼일을 보고 오라고 하다니….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정말 중간에 들른 휴게소가 아니었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신나게 놀아볼까?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워"

다낭에서의 마지막은 파티로 장식했다. 2주 동안 함께해준 학생들에게 준비한 영상편지를 보여주고, 한국에서 사 간 선물을 건넸다. 한국 화장품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 매니큐어와 팩을 준비했는데, 받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학생들과 함께 세계 6대 해변으로 잘 알려진 '미케비치'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다낭의 베한경 5팀 이상 모여 놀러 가면 비가 온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비가 쏟아졌다. 신나게 놀기는커녕 마지막까지 비를 피하는 신세라니…. 결국 비를 피하다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함께 마지막 식사를 즐기는데 느닷없이 진행된 학생들의 마지막 인사. 사실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기로 약속해 이곳이 우리의 마지막 장소가 될 리는 없는데, 마지막인 척 연기를 하는 학생들이 매우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미있기만 했는데,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우리를 배웅해주기 위해 공항에 방문한 학생들을 보니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배웅을 위해 늦은 시각 공항에 마중을 나와준 그 친구들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느끼고 있겠지? 베트남 친구들이 너무 착하다는 것. 그 친구들과 지내다 보면 정말 순수함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분명 베한경에 오기 전까진 '2주 동안 많은 정이 들려나? 한국에 와서 생각이 날 정도로?'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날의 눈물바다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 동안의 베한경의 추억. 이별은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추억은 너무나도 값지다.

 

▲추억을 담아, 우정을 담아


"나의 14일 다이어리를 마치며"

환전은 35만 원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그 정도면 2주 동안 부르주아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 몸소 체험하고 왔다. 물론 '깜-언(감사합니다)', '다꽈~잠자디~' 등 베트남어를 이용한 폭풍 애교를 통한 효율적인 쇼핑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베트남 음식이 잘 맞지 않아 고생을 좀 했는데, 고추장과 컵라면이 있다면 한 끼 뚝딱! 아, 그리고 수업의 내용은 최대한 쉽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모르는 단어가 많으니 강의안에 단어 풀이를 추가해주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베한경은 경영대학의 최고 인기 동계방학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베한경이 최고가 된 것에는 분명 베트남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노력의 결실로부터 오는 2주간의 만족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힐링을 원하는 내 친구에게 다음 베한경에 꼭 지원하라고 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