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 학부개편, 진정한 의미를 찾아라

시대에 발맞춘 전문인 양성과 지식의 상아탑 사이

 

 

근 5년간, 경영대학은 해가 다르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2012년 독립학부였던 KIS(KMU International School, 현 KIBS)가 경영대학에 편입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경영분석·통계 전공을 신설했으며, 2014년에는 경영분석·통계전공의 명칭을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으로 변경하고 파이낸스보험경영학과를 신설했고, 지난해에는 파이낸스보험경영학과를 파이낸스회계학부(회계학전공, 파이낸스보험경영학전공)로 변경했다. 학생 수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3년에 경영정보학부는 23명의 정원 감원이 있었고, 2014년에는 경영학부 역시 58명의 감원이 있었다. 경영학부에서 감원된 50여 명의 정원은 파이낸스보험경영학과에 배정되었다.

 

▲2016학년도 경영대학의 학부 상황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새로 경영학부로 소속 변경된 KIBS(KMU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와 신설된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 및 파이낸스회계학부가 경영대학 내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자.

 

KIBS는 전공 수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은 국내에서 최초로 경영학부에 소속된 통계학 관련 전공이며, 파이낸스회계학부의 파이낸스보험경영학전공은 은행·보험·증권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교과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 전공들의 공통점은 급변하는 사회적 수요에 발맞추어 경영대학에 편입·신설된 전공이라는 점이다. KIBS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수요를 위한 전공이다.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과 파이낸스보험경영학전공은 학생들이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실무적용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기존의 경영학부의 틀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되었다.

 

2014년 경영학부에서 정원을 감원하고 이를 파이낸스보험경영학과에 배정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보여준다. 아직 졸업생이 나오지 않아 무어라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정부까지 발 벗고 나서서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를 없애라 마라 하는 판국에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취업에 대해서 제법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의 경우는 2012년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따르면 2018년까지 미국에서만 19만여 명의 분석경영 전문인력이 부족하리라 예측되었다. 파이낸스보험경영학전공의 경우도 서울 소재 대학교 중 이와 비슷한 학부 과정을 가지고 있는 대학교는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뿐이다. 인력이 부족한 분야의 준비된 인재는 당연히 취업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학부 개편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불과 3년 전에도 경영대학 내에서 사회적 수요와 추세에 맞춰 신설되었다가 폐지되었던 전공이 있었다. 2000년대 초, e-비즈니스가 하나의 키워드가 되면서 국내 여러 대학이 경쟁적으로 관련 학과를 신설했고 우리 대학도 2002년 경상대학 e-비즈니스 학부를 신설했다. (2006년까지는 경상대학과 경영대학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경상대학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2007년 e-비즈니스 학부는 경영학부와 통폐합되고(경영학부 e-비즈니스전공), 2010년 경상대학 비즈니스 IT학부가 경영대학 경영정보학부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와 통폐합된 이후(경영정보학부 전자상거래전공), 마침내 2013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러한 전공의 잦은 변경·폐지는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안겨줄 수가 있다.

 

[대학의 사전적 의미]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이며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
 

이러한 실태를 보면 학술 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인격을 도야하는 대학은 그 의미가 옅어져 가고 있다. 대학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간과하게 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낮은 청년 취업률로 '취업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말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의 기준은 질 높은 교육보다는 그 대학 학생들의 대기업 취업률이 되었고 입시생들의 대학 진학 기준 역시 미래에 하고 싶은 공부나 그들의 꿈과는 별개로 수치화된 취업률이 되었다.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단지 취업률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은 학문 그 자체보다는 학생들이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펙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해본다면 대학의 '진정한' 의미는 이미 변질되고 있다. 고차원적인 학문을 배우며 인격을 도야하는 대학이 기업인을 양성하는 공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까지 온 것이다.

▲국민대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두 마리의 용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한데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학부가 커지고 작아지고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아주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학부 개편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대학들은 더 많은 사람을 받기 위해서 수치화된 아웃풋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취업이 잘되는 혹은 미래에 취업이 잘될 것 같은 학부나 과를 개설하고 학생들의 수를 늘린다. 받을 수 있는 학생의 수는 제한적이므로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과의 인원을 축소한다. 취업할 때에 필요한 학문과는 거리가 있는 순수 학문을 가르치는 학부는 점점 대학 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러한 현실 속 경영대학의 학부 개편은 그나마 양호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학부를 개편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처사이기도 하다. 다만 너무 잦은 학부 개편이나 폐지는 대학생에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후배 관계나 인간관계처럼 대학생이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부분에서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방황할 수 있다.

 

학부를 개편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고려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자 학문의 전당이지 않으냐고 항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외침이 되어버린 것일까? 취업에 목매는 현실 속 자신만의 꿈을 잃지 않는 학생이 되길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이 된 것인지, 의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