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추워오, 이야기 들어볼까오?

캠퍼스 속 고양이들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따뜻한 손길,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 프로젝트

 

 


▲학우들의 투표로 정해진 고양이들의 이름. 이는 고양이들의 목에 걸릴 인식표에 새겨졌다. (사진 제공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편집 BizOn)


지난 2015학년도 2학기, 국민대학교의 키워드는 단연 고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하루가 멀다고 학내 다양한 고양이들의 사진이 업로드되고, 서슴없이 다가와 애교를 피우는 고양이들에게 학우들은 애정과 관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캠퍼스 내 고양이들을 둘러싼 위생상, 미관상 문제로 인한 크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으며 SNS에서는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BizOn Vol.20 “문 열어주새오, 들어가개” 북악골 고양이들 참고)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갈등에서 끝나지 않았다. '국냥이들을 위해 조형대 학우 두 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대 학우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프로젝트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미관을 해치지 않는 급식소와 고양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집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급식소에 사료를 채우고, TNR(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고양이들의 목에 인식표를 달았다. 이에 쓰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브로치를 만들어 팔고, 급기야는 카카오 펀딩에까지 진출해 애초 목표 금액의 100% 이상을 하루 만에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내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프로젝트 담당자 이은지 학우(21·시각디자인과)와 만나 직접 들어보았다.



Q. '고양이 추워오'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

페이스북 페이지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국대전')를 통해 경상대 5층 뒤편 건물 틈새로 고양이가 빠진 것이 알려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우들 사이에서 '119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과 '119에 전화하는 것은 119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누어져서 언쟁이 있었다. 또, 공대 쪽 수풀에 고양이들의 지저분한 집이나 먹이통들이 있어 보기에 좋지가 않다는 이들의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을 보고, 미관상 좋은 급식소와 집 등을 직접 설치하고 많은 이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고양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면 갈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고양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국대전'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시작했고, 현재 36명이 참여하고 있다.


Q. 과제와 야작으로 악명이 높은 조형대 학생인데 이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힘들었던 점은?

맞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수업보다 이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되었다.


Q. 특별히 도움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많은 분께 큰 도움을 받았다. 롯데 네슬레 코리아는 '퓨리나'라는 사료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과 사무실을 통해 '원하는 만큼 사료를 지원해주겠다.' 연락을 해왔다. 또, 이전부터 길고양이를 많이 돌보시던 김영범 씨는 사비로 사료를 사서 보내주셨다. 두 분 다 몇십 kg씩 보내주셨다. 그리고 허핑턴 포스트, 한겨레, 그리고 국민대신문까지의 다양한 언론들까지. 모두에게 감사하다.


Q. 프로젝트 진행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전에 ‘국대전’을 통해 알려졌었던 일인데, 미관상 문제를 개선할 급식소와 고양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집을 학우들과 힘을 모아 제작해서 놓아두었었다. 하지만 다음 날 학교 측에서 바로 철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후 복구되었지만 4개였던 집이 3개밖에 남지 않아 조금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초반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눈총을 많이 받고 씁쓸한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Q. 팀원들이 대부분 학생들일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방학 때에는 활동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방학 때는 내가 매일 학교를 나올 수 없는 관계로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나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시는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 학생들 외에도 교직원분이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12월 15일, 16일 양일간 북악관 1층에서 진행된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의 브로치 판매


Q. 브로치 판매와 같은 활동은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었다. 기분이 어땠는지?

이거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카카오 펀딩을 통해서 후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인 200만 원을 훌쩍 넘겨서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렇게 금액이 계속 올라가니까 펀딩에 대해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외모를 공격하는 댓글부터, ‘부모님 어깨는 주무른 적이나 있느냐?’, ‘독거노인한테나 기부해라’ 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펀딩 목표 금액은 달성했지만, 카카오 펀딩과 3월까지 펀딩을 진행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어서 내릴 수도 없다. 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길고양이들 밥을 주지 말라고 댓글을 많이 달더라.


Q. 고양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는데 고양이들이랑 많이 친해졌는지 궁금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고양이들은 아직 나와 팀원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을 아주 무서워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아주 경계하며 사람들에게서 도망 다녔는데, 그래도 지금은 장난감을 눈앞에 흔들어주면 좋아하더라. 이번에 사진 내걸고 이름 붙여준 고양이들 말고도 새로운 고양이들이 계속 어디서 나타나서 밥 먹고 가곤 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고양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고양이들은 ‘뉴(new)냥이’들이라고 부른다. ‘뉴냥이’들은 사람을 아직은 별로 안 좋아한다.


Q.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동아리화 혹은 단체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지?

곧 4학년이 되어 졸업이 머지않았다. 프로젝트 활동을 주기적, 조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올해 안에 동아리 화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학교의 외국인 교수님 중에 로드니 교수님이라고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고양이들을 위한 안내서를 정하기 위해 교수님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팀원 중 집 청소하는 사람, 사료 급여하는 사람을 정하고, 고양이를 괴롭히는 행위에 대응책을 정해놓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안내서다.


Q. 브로치 판매에 대해 이후 재판매 일정이 없는지 많은 학우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계획이 있는지?

현재 재판매 계획은 없다. 하지만 카카오 펀딩에서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리워드 형식으로 브로치, 에코백 등을 드리고 있다. 후원 리워드로 제공하고 수량이 남는다면 펀딩 종료 후 재판매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캠퍼스 내 고양이들은 학우들의 손길에 다소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데, 학우들이 고양이들을 대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고양이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학우들보다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일부 학우들의 행동이 조금 걱정스럽다. 간혹 급식소에 침이 뱉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또 국민대 학생들이 아닌 외부인들이 고양이들을 폭행하는 경우가 있다. 공대 쪽으로는 산으로 길이 나 있어서 산책 다니는 아저씨들이 계시는데, 그중 어떤 분이 고양이를 폭행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폭행을 당하던 고양이는 이도 저도 못하고 마냥 당하고 있더라. 이후로 고양이 학대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예대, 경상대, 공대, 이렇게 구역을 나누어 맡아서 감시하고 있다. 특히 공대 쪽은 도서관 경비 아저씨께서 맡아주시고 계신다.


Q. 마지막으로 기사를 통해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후원을 너무나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금전적인 후원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고양이들에게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관심을 둬 주시는 학우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급식소의 사료통이 꽤 큰데 그 통을 한 번 채우고 나면 2~3일 안에 동난다. 이 때문에 학교 곳곳에 있는 급식소에 계속 사료를 급여해야 하는데 일손이 모자라다. 저희한테 오시면 사료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으니 이러한 일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카카오 펀딩은 돈보다는 고양이들의 이야기 자체를 알리고 싶어서 진행하게 되었다. 매주 연재 형식으로 국민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업로드될 예정이다. 이 이야기들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2015년, ‘국냥이’들에게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을 것이다. 이 작은 생명체들을 둘러싼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국냥이’들의 곁에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 팀이 나타나 갈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풀어나갔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학우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모여 캠퍼스 안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이끌어낸 것이다.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 팀은 현재 동명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활동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페이지에서 안내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 또한, 매주 연재될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카카오 펀딩 ‘강의 듣는 고양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대 고양이 추워오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kmucat

▶강의 듣는 고양이 바로가기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2190/episo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