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담론] 듀얼 커리어 커플로 함께 살아가는 법


 

김나정 KIBS 부교수


조직행동 및 인사관리 분야의 전문가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관심 있는 주제는 개인의 커리어가 중요한 두 사람이 아직 독립할 수 없는 자녀를 기르거나 어른을 모시면서 둘만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통상적으로 언론에서 워라밸이라고 칭하는 이 영역은 내가 속한 학문 분야에서는 일과 일 외의 영역 간의 경계 관리, 일과 가정 간의 갈등, 일과 가정 간의 상승효과, 다중 정체성 관리 등 여러 이론적 개념을 통해 연구되어 왔다. 오늘은 이와 같은 듀얼 커리어(맞벌이) 커플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한 이론적 틀을 소개하려고 한다.


Hall & Hall(1979)은 커리어가 중요한 두 파트너가 맺을 수 있는 관계의 모습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40년도 더 된 시절에 미국 학자들이 제시한, 오래된 분류법이지만 2024년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도 이 분류법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영어로 A로 시작하는 네 단어라고 하는 이 분류법에 따르면 듀얼 커리어 커플은 동맹 유형(Allies), 곡예 유형(Acrobats), 적대 유형(Adversaries), 조정 유형(Accommodators)으로 나뉜다.


동맹(Allies) 유형은 부양할 가족 없이 함께 살기 시작할 때 자주 나타나는 유형으로 커리어를 중시하는 두 사람이 집에 신경을 쓸 시간 없이 각자 커리어에 분주하게 몰입하는 유형이다. '우리 둘 다 너무 바쁜데, 집에 신경 쓸 겨를이 있나요?'라고 말하며 일터에서 불사르고 집에 와서 쓰러져 자는 모습이다.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태에서도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할 수 있고 별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 부양할 가족 구성원이 생기게 되면 기존에 일터에서 보내던 시간과 투자하던 노력을 줄이지 않은 채 부양가족도 잘 챙길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하에 곡예 유형(Acrobats)이 되는 경우가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혹은 주변 이야기를 통해서 이상적으로 가정생활과 커리어를 완벽하게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커플이 있을수록 부양가족이 있는 가정생활과 커리어 유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멋도 모르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의 중요성과 부양가족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유형은 줄어들고 있지만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경제적으로 섞여서, 시간을 나누어 생활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 곡예 유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곡예 유형은 현실적이지 않은 기대를 스스로와 파트너에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부양가족 돌봄을 위한 공유된 원칙 없이 이러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적대 유형(Adversaries)을 보이게 된다. 특히, 부양가족이 없을 시 숨겨져 있던 여러 이슈들, 예를 들어, 커리어를 내려놓는 시기에 대한 공평성/공정성, 공유하는 절대적 시간 확보 방법, 한 공간에서 조화로운 생활 방식으로 지내는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이 상황에서 많은 커플들은 이렇게 힘든 순간의 원인을 “상대방이 나보다 가정이 충실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일 욕심을 줄이지 못해서”에서부터 시작하여 결국 “상대방이 날 배려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으며, 사랑하지 않아서"로 돌리게 된다. 특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가정 영역에서 보내게 되는 시간과 노력을 계산하게 되면서 파트너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 도표를 그리듯이 비교하게 된다. 여기에 경제적 기여도까지 도표의 한 기준점으로 들어가게 되고 각자 자신의 생각하는 기준점에 근거하여 본인이 가정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가정을 위해 더 큰 희생을 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곡예를 시도하다가 적대 유형으로 넘어가지 않거나 혹은 적대 유형에서 머물지 않고 조정 유형(Accommodators)이 된 커플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먼저, 자신과 파트너에게 곡예를 강요하며 모든 것을 다 이루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두 파트너 모두 다른 사람의 요구 사항과 걱정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부양가족과 가정생활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 조정이 가능한 커플은 먼저 상대방의 커리어가 본인의 커리어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차례대로 상대방의 커리어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할 자세가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직종에는 너무나도 불리한 지역이지만 파트너에게 큰 커리어 성장을 줄 수 있는 지역이라면 주어진 기간 동안 그 지역에 이사를 가서 함께 지낼 수 있다. 이는 다음번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파트너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조정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육아휴직을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것도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소중한 사람과 부양가족을 돌보며 삶을 유지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조직행동, 인사관리 분야에서 제시하는 위 듀얼 커리어 커플의 네 가지 유형에 대한 설명이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데, 그리고 내 삶을 디자인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