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가 휘두르는 ‘국민 불신’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의 유명무실화


지난 3월 7일(목),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표했다. 해당 경보는 경찰관이 저지른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당사자를 가중처벌하고, 관리 책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찰서장을 엄중 조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별칭으로 오랜 시간 불려 왔고, 우리는 지팡이의 역할을 경찰에게 투영해왔다. 시민 안보와 안전 보장의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경찰의 위법 행위는 곧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특별경보 발령 이후 그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BizOn이 직접 알아봤다. 


특별경보의 무색함, 잇따른 경찰 위법 행위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 발령 한달 전, 2월 15일(목) 저녁 7시 경 성동구 왕십리로의 교차로에서 택시 기사와 경찰의 마찰이 있었다. 경찰은 50대 초반의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A경위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두 명이 A경위와 택시 기사 사이의 다툼을 제재하려고 했으나 A경위는 그들을 폭행하였고, 곧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다. 피해 경찰들은 심각한 상처를 입진 않았으나, 경찰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사실은 형용하기 힘든 충격을 안겨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경찰의 위법 행위는 그들을 향한 경외심의 촛불을 바람 앞으로 내몰고있다. 이에 윤 청장은 특별경보라는 칼을 빼들었다. 경보 발표 3일째인 지난 3월 9일(토),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경위가 술에 취한 시민을 길거리에서 폭행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술에 취한 취객과 경찰이 쌍방(雙方) 폭행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별경보 사흘만에 또다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경찰관을 질타하기도 하고, 경찰 집단 자체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진짜 문제는 리의 지팡이가 ‘불신’이라는 무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특별경보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날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민중의 지팡이가 만드는 ‘불신의 기류’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 발령 이후에도 경찰 기강의 변화는 희미하기만 하다. 경찰의 위법 행위는 행위 자체가 갖는 문제 외에도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그들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에 출현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위법 행위에 대한 정당화, 합리화를 재촉할 수 있다. 지팡이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지팡이는 그저 무기일 뿐이다. 무차별하게 휘둘리는 지팡이에 국민들은 경찰을 향한 불신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불신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19일(화), 경기 파주시의 한 노래방에서 경찰이 접객원을 부른 것이 알려졌다. 또한 해당 경찰이 폭행사건으로 입건되어 대기발령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우리 사회의 안전은 불신, 그 너머로 아득해지고 있다. 


의무를 저버린 경찰에게 명예는 없다

경찰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를 일정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 불신 기류를 극복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는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 발령 이후에 발생한 사건들이 반증하고 있다. '시민 안전 보장'이라는 경찰 공통 목적을 향하는 과정에서의 이탈은 경찰 존재가 더 이상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회의 CCTV가 되어야 할 경찰이 그 CCTV 속에서 벌이는 위법 행위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수치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숲에 있는 나무를 보기보단 그 나무의 근본(本)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뿌리가 곧아야 기둥이 바로 설 것이며, 나무가 자라야 숲에 사는 이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의무를 저버린 경찰은 더이상 경찰이 아님을 알고, 그 뿌리를 다듬는 것이 국민 불신 회복과 신뢰의 시작이 될 것이다. 경찰 위법 행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은 국민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사과이고, 이는 곧 민중의 지팡이가 바로 설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