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도 ‘전략’이다

기업은 고위 경영진의 연봉에 어떤 의도를 숨겨 두었나


‘대기업 임원이면 삼대가 먹고 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만큼, 통상 기업 임원들은 임직원과는 궤를 달리하는 보수를 받는다.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질려 절로 회의감이 드는 요즘, 새로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기업이 임원 연봉을 '기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특정한 의도를 위해 스스로 연봉을 낮추거나, 연봉 구조와 성과급의 조건을 바꾼다. 단순히 '고액'처럼만 보였던, 기업 임원들의 연봉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BizOn과 함께 알아보자.


보상 철학을 위해 스스로 ‘1원’ 받은 방시혁 의장


▲ 하이브 사옥과 방시혁 의장 (출처 : 하이브 공식 홈페이지)


지난 3월 8일(금), 색다른 소식이 발표되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방시혁 의장의 올해 급여가 1원임을 밝힌 것이다. ‘Pay for Performance’, 즉 일한 만큼 가져간다는 하이브의 기업 철학에 따른 결정이었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 의 프로듀서에서 여러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가 되기까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었던 방시혁 의장. 그는 자신의 이번 년도 연봉을 '1원'으로 설정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일하지 않는다면 받지 말라'라는 그의 단호한 보상 철학은, 하이브 내 임직원들에게 강한 발전의 메세지를 안겨준다. 자신의 연봉을 임직원들의 동기부여의 수단으로서 활용한 것이다.


‘현금 보상 제로’ … 포부 보여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자신의 연봉으로 기업의 포부를 전달하는 ‘전략’은 하이브가 처음은 아니다. 테슬라 테크노킹(CEO) 일론 머스크는 2018년 ‘CEO 퍼포먼스 어워드’에서 본인의 연봉 구조를 새롭게 제시했다. 현금성 보상 대신에 12단계의 성과급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 시 대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12단계의 조건은 무려 시가총액 6,500억 달러로, 당시 시가총액이 590억 달러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수치이다. 이것은 자사주를 보수로 선택하는 강한 자신감의 표시임과 동시에, 기업을 장차 10배 이상 키워내겠다는 '선포'였다. 해당 연봉 패키지의 파격적인 조건은 터무니없다는 조롱과 기대 어린 시선을 한 번에 받았으며, 결국 테슬라는 2022년 말 성과급 조건을 모두 달성해 냈다.


‘사회에 도움이 된 만큼 받겠다’… ESG –임원 성과급 연계 정책

기업의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해 임원의 성과급을 이용한 경우도 존재한다. 바로 ESG-임원 성과급 연계 정책이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의미한다. ESG 경영은 2020년 부터 그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많은 기업들이 ESG 성과를 임원 성과급 지표에 포함시키고 있다. 주요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 상위기업 기준 임원의 보상과 ESG 성과 연계 비율은 2018년부터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일례로 스타벅스 CEO인 케빈 존슨(Kevin Johnson)이 2021년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 환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액의 성과급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고액의 보수’ 자체에 얽힌 갑론을박


▲논란이 된 각 금융지주사 정경 (출처: 데일리안)


한편, 지난 3월 13일(수) 각 금융지주사 사업보고서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단의 연봉이 공개되어 비판의 여론이 일었다. 대규모 손실이 확정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이슈로 금융권 전체가 큰 혼돈에 휩싸인 와중, 금융지주 회장단이 고액의 보수를 챙겨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고액 보수’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소개한 일론 머스크 또한 보상 패키지에 의한 과도한 연봉 탓에 기업가치가 희석된다는 논란으로 법정에 섰다. 결국 현지 시각 1월 30일(화)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560억 달러(약 74조 원)에 달하는 임금 패키지를 무효로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역시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올해 급여 한도는 1원이지만, 연봉에 포함되는 ‘상여금’의 한도는 9.8억 원으로 여전히 고액이었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따라붙는 대중의 이 같은 회의적 시선은 당연하게 보인다. 고도화 되어가는 임금 격차 속, 기업들의 연봉 전략이 진정으로 사회를 위한 것일지 혹은 단순한 속임수에 불과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