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1인 가구 증가, 한국 가족구조의 새로운 변화

가속화되는 60대 가구 해체와 합리성을 따지는 MZ세대 부부들


“이제라도 이혼하고 내 몫의 재산을 받아 마음 편히 살고 싶다.” 


78세 여성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이혼 상담 중 발언한 내용이다. 해당 발화 내용이 반증하듯 최근 20년 사이 60대 이상 노년층의 이혼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2030세대의 ‘반반 결혼’과 ‘엑셀 이혼’ 역시 새로운 결혼생활의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가치관과 이전 세대의 여러 불평등 문제를 보고 자란 현 젊은 세대의 새로운 불평등 해법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전 연령대에 걸쳐 발생하는 가족구조 변화와 이에 따라 한국 사회에 제시될 새로운 시사점을 BizOn이 알아보았다.


▲ 최근 10년간 결혼과 이혼의 추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출처: tvN 유퀴즈 230회 방영분)


합리적인 2030세대의 결혼생활.. ‘반반 결혼’과 ‘엑셀 이혼’

반반 결혼은 부부가 가족의 책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고자 하는 새로운 결혼생활방식으로, 결혼 비용, 생활비, 그리고 집안일 등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부는 집안일부터 재정, 육아까지 복잡하게 얽힌 존재이기에 무를 자르듯 정확히 반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반반에 대한 각자의 개념이 서로 상이할 수 있어 이에 따른 분란이 생기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원인이 되어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은 최근 엑셀 이혼 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엑셀 이혼이란 본인의 가정생활 기여도를 바탕으로 가사 노동시간과 수입, 지출에 관한 모든 내역을 상세히 쓴 엑셀 파일을 통해 갈라서는 것을 뜻한다. 한편으로 젊은 부부들의 이러한 생활양식은 굉장히 합리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로 보일 수 있지만, 평생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인 부부가 합리성을 우선시 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해보인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건 진짜 옛말”...60대 이상 노년층 이혼 상담 급증

위와 같은 가정문화의 변화는 젊은 층에서 뿐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4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행한 ‘2023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년 새 60대 이상 노년층의 이혼 상담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 상담은 2003년 6.2%에서 2023년 23.1%로 16.9%가량 늘었고, 60대 이상 남성은 같은 기간 10.7%에서 51.5%로 40.8%가량 급증했다. 위의 수치로 미루어본다면 40년 동안 60대의 이혼 상담 비율은 남녀 모두 대략 20배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나이대별 이혼 상담의 비율이다. 남성의 경우, 2023년 60대 이상 이혼 상담 비율이 51.5%를 기록하며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의 이혼 상담 비율을 합해도 넘어설 수 없는 과반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 2023년 나이대별 이혼상담 비율을 도식화한 그래프이다. (출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과거 가정문화와는 다르게 60대 이상 노년층의 이혼 역시 급증한 이유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개인주의 문화의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갈등과 대립을 무조건적으로 참고 백년해로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았던 반면, 현대에는 개개인의 만족을 더욱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불어 이혼과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했기에 이러한 추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해법과 방향성은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언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 걸친 가족 붕괴 현상은 ‘선진국형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유교적 전통 가정문화가 붕괴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여건 개선과 수명 연장으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의 화합과 웃음을 나누는 것보다 청구서를 나누는 것이 더 익숙한 관계를 과연 부부로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가족 형태의 변화는 가족 그 이상의 거대한 사회적 변혁 또한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