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 속 일자리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미래와 도전

중숙련 일자리 감소와 인간다움에 대해


인공지능은 지난 10년간 높은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며 다양한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활용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혁명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동시에 이에 따라 발생하는 지식 양극화 현상 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과학기술 의존도가 커지면서, 고급 디지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지식 격차가 더욱 깊어졌다. 조지메이슨대의 타일러 코웬 교수는 자신의 저서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한다. 그는 ‘평균’으로 대변되는 중간층들을 위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정도이다. 즉, 이제는 미래의 추세에 대비하여 어떻게 개인 및 사회가 이에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과 노동시장의 동향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만들게 된다. 인공지능의 진보로 인해 일부 직업은 자동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AI 특허 정보를 활용하여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의 12%인 약 341만 명은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의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를 의미한다. 그럼 어떤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클까?  


▲ 중임금 취업자수의 감소를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 연합인포맥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임금 수준과 학력 수준별로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저학력(고졸 이하) 및 중간 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산업용로봇과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AI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최근에는 고학력과 고소득을 가진 근로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숙련된 인력에 대한 수요와 보상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탈숙련화라는 개념과 반대되는데, 이때의 탈숙련화란 숙련된 노동력의 수요와 보상이 줄어드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따라 탈숙련화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AI에 많이 노출된 일자리일수록 고용 비중이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다는 분석이 일반적이기에 AI 노출 지수 상승한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의 직종을 AI가 완전히 대체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AI 고학력·고소득 직종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동일 직종 업무를 AI 수행하는 업무와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로 재구성하여 서로 보완할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노출 빈도수가 높은 직종의 임금이 올라가거나 고용 안정성이 올라간다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는 현황이다.


일자리 양극화 현상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 상황 속에서 '중숙련 일자리'의 축소로 인해 일자리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때 일자리의 숙련도는 근로자가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과 직무 습득 시간, 업무의 정형성과 반복성 등을 고려해 고숙련, 중숙련, 저숙련 일자리로 나누어 정의한다. 고숙련 일자리는 관리직·연구직 같은 인지 업무가 필요한 전문직을, 중숙련 일자리는 사무직·기능직 등 정형적이면서 육체 및 인지 업무가 필요한 일자리를 뜻한다. 저숙련은 서비스·판매·단순노무직 등 비정형적 육체 업무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숙련 일자리는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대체가 쉽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크므로 중숙련 일자리가 자동화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2021년에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저숙련 일자리는 코로나19 이후 3.9% 급증했고 고숙련 일자리 역시 0.5% 증가했다. 그러나 단순 사무직 등 중숙련 일자리는 1.7%가량 감소했다. 임금 상승률 변동 역시 고숙련 일자리의 경우 평균 임금 상승률은 -2.3%를,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 상승률은 -3.5%를 기록했지만, 중숙련 일자리는 -4.3%를 기록했다. 이러한 중숙련 일자리는 위축되고 고숙련과 저숙련 일자리는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 중간층 역할을 하는 중숙련 일자리 및 임금이 하락한다면 경제 전체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될 우려도 커지게 된다.


노동시장의 미래와 도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일자리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인지해야 할까? 인공지능의 발전은 많은 일자리를 잃게도 하지만 또 그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점은 노동의 ‘양’보다는 ‘질’이다. 사회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이고 인지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개인은 이러한 일자리를 위해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미 인간과 인공지능은 독립될 수 없는 구조이다. 때문에 미래의 필요 역량은 인공지능과의 상호보완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다름아닌 ‘인간다움’이다. 인간만의 고유 역량을 고찰하고 이를 일자리와 연결해야 하며, 개개인의 역량과 스토리를 통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인공지능과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큰 성과를 얻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될 것이다. 기술 변화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다양한 직업 기회 창출과 교육 체계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일자리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 및 역량을 습득하고, 기존 업무에 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학 교육체계가 유연하게 개편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노동시장이 격변함에 따라 미래는 불확실성과 기회가 뒤섞여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려면 노동자, 기업, 교육 기관,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미래의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