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권, 과연 지속 가능할까?

영국의 체제와 책임


지난 9월 8일, 70년 동안 재위한 영국의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로 서거하였다. 이로서 그녀는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통치한 군주로서의 기록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함에 따라 1701년에 영국 의회가 제정한 왕위계승법에 의거, 찰스 3세가 왕위를 승계하였다. 그러나 최근, 중세 때부터 시작된 영국의 왕권제에 대해 사람들이 왕권 체제 유지와 그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오랫동안 즉위해 있었던 만큼 사람들은 그녀를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새로운 왕의 집권기, 즉 찰스 3세 시대를 직면하기에는 위화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어 찰스 3세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영국 왕정제 유지 논의에 대해 BizOn과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영국이 입헌군주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0년 동안 즉위해 있었던 것도 놀랍지만, 중세부터 이어지는 영국의 군주제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더 놀라울 것이다. 과연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은 다른 유럽권 나라들에 비해 유연성이 높. 간단한 예로,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에서는 과거의 남성중심적 사회관을 철저히 따르며 남성만이 왕위를 계승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영국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여성 또한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여 유연성을 높였다. 더 나아가, 11세기 이후 영국의 모든 왕조가 외부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을 통해 높은 개방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성의 왕위 계승 허용과 높은 개방성만이 입헌군주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의 전부는 아니다. 현재 많은 곳으로부터 반대를 받는 체제이지만, 영국 왕실이 그동안 영국이라는 국가의 얼굴이 되어왔다는 점 역시 왕정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라 볼 수 있다. 더불어, 군주 및 왕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동시에 정부 임명, 법률 승인, 의회 개회식과 연설 진행 등 다양한 역할 역시 수행하고 있다.


▲ 입헌군주제의 시작 (출처: Les Comices de Lyon)


영국의 큰 책임

영국은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이름을 날렸다. 그 이유는 영국이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세계 여러 나라들을 식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식민 지배 흔적은 카리브해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자메이카가 그 국가 중 하나이다. 지난 3월, 자메이카 정부는 이러한 식민 지배 때 생긴 노예제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였고, 동시에 영국의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정을 수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메이카 정부만 이러는 것은 아니다. 자메이카를 비롯해 찰스 3세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4개국의 국가 원수가 되었는데 그중 호주나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도 공화제 전환에 대한 지지 여론의 비율이 높다. 본국에서의 시민들 시선도 부정적인 편이다.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인 영국사회태도조사에 따르면, 왕실 지지율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여론 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5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찰스 3세는 56%,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81%를 기록하였다. 찰스 3세가 현저히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는 찰스 3세가 과거의 사생활 논란과 함께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으로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 정식 선포 (출처: 경향신문)


영국은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여왕을 상징했던 왕실기, 그녀의 얼굴이 실렸던 화폐, 여왕에서 왕으로 바뀐 국가 가사 등 다방면의 변화로 익숙치 않아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매력을 사고 영국의 상징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영국 시민들의 시선 또한 개선 되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는 이미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계속해서 비난만을 하기보다는 지지와 함께 변화와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영국 사회를 나아가 세계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