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6년 만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폐지

정보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포털의 움직임

 

지난 225, 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55월 첫 도입된 이후 16년 만이다. 네이버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흐름 변화에 맞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한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주어진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2월 카카오도 네이버와 비슷한 이유로 포털 다음(Daum)실시간 이슈 검색어서비스를 폐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네이버 (출처: BBC)

 

네이버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어는 내가 찾는 키워드가 곧 다른 이용자에게도 가치가 있는 정보라는 관점에서 내놓은 서비스이다. 실검은 이용자들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를 데이터화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로 순위를 매겨져 노출시킨다. 네이버는 일평균 이용자 수 약 3,000만 명으로, 포털이 성장하면서 실검의 영향력도 같이 성장했다. 이에 지금까지 실검은 대중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여겨져 왔다. 가장 빠르게 재난 상황을 알려주거나 그날의 주요 소식을 전해주고, 잊힌 스타 근황처럼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며 사용자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 왔다. 이로써 사람들의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간 실검 서비스는 정치·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부작용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순위에 오르기 위해 매크로를 이용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신뢰성 논란과 함께 실검창이 광고판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실제로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2020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최근 실검이 가장 악용되어 온 사례는 어뷰징기사이다. 일부 언론들은 트래픽을 위해 실검을 이용해 관련 제목이나 내용으로 바꿔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실검이 어뷰징(조회 수 조작)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이용자의 트래픽에 따라 이익을 얻기 때문에 기사를 가능한 한 많이 노출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내용만 쫓아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어뷰징으로 특정 키워드 관련 동일 뉴스가 과도하게 양산되어 사회적 여론이 편향되거나 이용자가 다양한 기사를 선택할 권리가 훼손된다는 위험성이 있다.

 

▲ 폐지되는 네이버 검색차트판 (출처: 한겨레)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함께 뉴스 토픽서비스도 종료했다. 2010핫토픽 키워드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인 뉴스 토픽은 뉴스에서 많이 사용된 키워드를 트렌드 차트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언론사 구독 중심으로 뉴스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폐지되었다. 실검 및 뉴스 토픽 폐지로 정보 제공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네이버는 모바일 검색 하단과 PC 검색 우측 영역에 인기 표제어 일간 검색어 차트를 추가했다. 실검 서비스가 중단됨에 따라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및 뉴스 콘텐츠가 보이던 첫 화면을 비우고, 각자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검색창그린닷을 배치했다. 다양한 주제 판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도 언론사 구독개인화 추천기반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용자의 능동적인 사용성에 맞춘 것이다. 또한, 앞으로 네이버는 실검 대신 통계 분석 서비스, 데이터 랩을 강화할 방침이다. 검색어 서비스를 사용자의 능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 랩 서비스를 고도화 시켜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라는 급상승 검색어의 취지를 이어간다.

 

인터넷 발전 이전에는 잘 드러나기 어려웠던 롱테일 정보가 큰 이슈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종료되었지만, 사용자 친화적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가는 포털사이트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비친다. 국내 뉴스 이용자의 대부분이 편리성 때문에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만큼 이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실검 폐지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정보의 다양성을 위해 큰 변화가 일어난 만큼 정보 이용자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