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를 넘어 아카데미로

'제2의 기생충'을 꿈꾸는 '미나리'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시상식 3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한국 영화 최초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고, 그 기세를 몰아 아카데미 영화상에서도 작품상을 포함하여 총 4관왕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새겼다. 최근 기생충의 이러한 행보를 이어갈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이다.


▲ 영화 '미나리'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재미 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의 자서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나리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좆아 미국 남부의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담고 있다. 재미동포 배우 스티브 연과 한국 배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하여 개봉 전부터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영화는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아빠 제이콥’(스티브 연)이 가족에게 무언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어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품고 아내 모니카’(한예리)와 큰딸 ’(노엘 케이트 조), 막내아들데이비드’(앨런 김)를 데리고 아칸소주로 이주하며 시작된다. 이후 어린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 씨를 담고 한국으로부터 건너온다. 영화는 이렇게 한곳에 모이게 된 이 가족이 낯선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이야기에 풀어냄으로써 이민자 가족이 겪는 보편적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정이삭 감독 (출처: SBS)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HFPA)는 현지 시간 지난 228일 오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영화 미나리를 선정해 발표했다. ‘미나리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지만,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HFPA의 규정에 따라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요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등을 제치고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화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한 정이삭 감독은 껴안고 있던 딸을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소개하며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그는 영화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그 어떤 외국어보다 심오한 마음의 언어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나리'는 첫선을 보인 지난해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미국 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0편에 꼽히는 등 미국 안팎에서만 지금까지 78여 개의 영화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순자'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 역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지명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 4대 비평가협회상으로 불리는 전미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총 26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상태이다. 대개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후보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와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의 수상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아 이 시상식을 '미리 보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칭하기도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가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한 만큼,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도 그 가능성이 커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외신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현지 시간 지난 15일 발표된 아카데미상 후보에 따르면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포함하여 총 6개 부문에서 다른 후보작들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배우 윤여정은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외에도 '미나리'는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 미국 LA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고 기세를 몰아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하여 4관왕에 오른 만큼, '미나리'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할 수 있을지 큰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미나리'가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한다면 2년 연속 한국계 영화가 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가져가게 되며 전 세계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기 때문에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