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식 사라진 당근마켓

꾸준한 인기세 보였던 당근마켓, 잃어버린 판매 윤리 지침과 떨어진 운영 방식 신뢰도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어 논란이다. 하지만 논란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허가도 없이 동물이나 의약품, 담배가 거래되고 있는가 하면, 최근엔 장애인 팝니다라는 제목의 비윤리적인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현행법상 동물은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구매 불가능한 탈모치료제, 콘택트렌즈, 수제 담배 등이 거래되고 있었으며, 생명을 판매하려는 등의 윤리적이지 못한 게시물이 자주 발견된다. 이런 탓에 사용자들은 판매 윤리에 어긋난 게시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얼마 전에 일어난 당근마켓 생명 판매 논란의 경위와 논란에 대한 당근마켓의 대응책, 앞으로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갖춰야 할 윤리적 지침에 관해 서술해보고자 한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아기 입양글 (출처: 당근마켓 캡쳐)

 

올해 10월 중순경, 이불에 싸인 아기 사진 두어 장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경찰은 IP 추적을 통해 게시물 작성자가 20대 미혼모임을 확인했다. 여성은 원치 않은 출산 이후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아 글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시물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건 이후 아이는 보육시설로 보내졌고, 아이 엄마는 미혼모 지원센터에 입소했다. 아이 입양글로 인해 당근마켓의 게시물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으며, 당근마켓 측에서는 철저한 게시글 검수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이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된 지 2주가량 지난 1030, 이번엔 장애인 팝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무료 나눔이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의 청소년 사진이 첨부됐다. 이에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다음 달 3일 장애인 판매 게시물을 올린 게시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실시간으로 발견한 한 당근마켓 사용자는 게시자에게 물건 파는 곳에 어떻게 사람을 파느냐.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게시자는 촉법(소년)이라 콩밥 못 먹는다라는 말과 함께 내 친구 얼굴임ㅋㅋㅋ이라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판매 윤리에 어긋나며,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을 흐트러지게 만든다는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누리꾼들은 당근마켓의 연이은 생명 판매 게시물 재발에 더 강력한 모니터링과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아기 입양글 (출처: 당근마켓 캡쳐)

 

이에 당근마켓은 평소에도 판매 윤리를 지키기 위해 거래금지 품목을 감지하는 머신러닝을 도입했으며, 키워드 정교화 필터링이 적용되고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게시물을 막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 필터링 등이 적용되고 있지만, 기술이 고도화되어도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100% 부적절한 게시물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필터링과 플랫폼 측에서의 모니터링을 포함하여 더 강력한 감시 체제와 게시물 주의사항의 공격적 공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 또한 당근마켓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함께 비윤리적 게시물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근마켓과 더불어 해당 업계에서는 AI 필터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장을 밝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거래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머신러닝 시스템이 작동하며, 이상 패턴을 보이는 게시물의 경우에는 사용자들의 신고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어 해당 게시물과 같은 인권침해 혹은 윤리에 어긋나는 게시물을 발견할 즉시 신고를 넣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당근마켓은 한창 급성장하고 있는 오픈마켓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성장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근마켓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 조언했다. 이어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연맹 팀장은 지금까지 장점만 부각되어 오던 오픈마켓의 한계가 이제 드러났다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과도한 규제를 하지 않는 선으로 윤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던 당근마켓은 이러한 오픈마켓 운영 시 윤리 지침을 통한 이용자 정책 강화와 부적절한 이용행위에 대한 기술적 조치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근마켓 또한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게시물로 분석되면 사전 필터링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에도 중장기적 투자를 진행하겠다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근마켓은 자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력을 늘려 더 적극적인 윤리경영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근마켓은 현재 전 연령전국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앱이다. 따라서 불법게시물이 게시될 경우, 평범한 시민들이 불법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이용자들은 당근마켓의 운영 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재 당근마켓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잘못된 행위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운영에 더 신경을 써서 이용자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당근마켓의 윤리적·사회적 영향력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