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택배 산업 : 무제한 장시간 노동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계속되는 이유는?

 

지난 1021CJ 대한통운 곤지암 허브터미널에서 근무하던 30대 후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12번째 택배 노동자 과로사 의심 사망으로, 계속되는 택배 노동자의 사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 19 사태로 올해 상반기 택배량이 폭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과로사도 심각해진 것이다.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택배 노동자 24명 중 12명이 올해에 사망했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택배 물량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노동의 강도와 시간이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숨진 택배 노동자들이 얼마나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 같은 과로가 왜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 넘쳐나는 택배 (출처: 연합뉴스)

 

코로나 19와 택배 산업

택배 및 배달 서비스 업종은 코로나 19 이후 불황 속에서 호황을 누린 업종으로 꼽혀 왔다. 이른바 언택트추세에 따라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올해 대형 택배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많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CJ 대한통운의 택배 부문 매출은 7,279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27% 늘었고, 다른 택배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한진택배의 영업이익은 2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8.5% 늘었고, 롯데 택배 역시 지난해보다 268% 증가한 5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소비 확대로 월별 택배물동량은 작년 동월 대비 적게는 3,000만 개, 많게는 약 8,000만 개 가까이 늘어났다. 택배기사 한 명당 15%~20% 물량이 증가한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변하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 늘어난 일만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물동량 증가는 재해자 증가로 이어져서, 작년 12개월의 택배 노동자 재해자 수가 180명인데 반해 20201~6월 재해자 수만 129명에 달하고 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택배기사

택배 산업 초기 임금노동자였던 것과 달리, IMF 외환위기 이후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들을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 관계를 전환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택배기사들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에 위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이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주당 노동시간 규제에서 벗어나 합법적으로 주 52시간 이상 초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된 것이다. 또한, 택배 노동자들은 연차유급휴가 보장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공식적인 휴가가 없다. 택배사가 업무를 멈추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따로 휴가를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하루라도 쉴 경우, 개인에게 할당된 배송 물량이 쌓이기 때문에 실제 많은 택배기사가 본인이 직접 다른 배송 차량을 수배해 공백을 메꾼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생하는 비용 문제로 자주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택배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은 기본적으로 하루 최소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기본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분류 노동이다.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더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까대기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주어진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하는 것을 뜻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주 업무는 배송인데도 정작 배송을 시작하는 시간은 분류 노동이 다 끝난 이후부터 진행된다. 하지만, 택배 회사는 배송에 대한 계약비만 지급해 분류 노동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택배 노동자는 스스로 배달 물량을 줄이기가 어렵다. 가뜩이나 적은 수입이 곧바로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평균 2,269원인 국내 택배 단가는 9~1만 원 수준인 미국이나 7천 원을 웃도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다. 또한, 201416억 상자였던 택배 물량은 지난해 29억 상자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택배 노동자 수는 49천 명에서 5만 명으로 1천 명밖에 늘지 않았다. 이로 인한 물량 폭증과 낮은 단가의 부담이 오롯이 택배 노동자의 과로로 떠넘겨지게 되었다.

 

▲ #8월 14일_택배 없는 날 (출처: BBC)

 

#814_택배 없는 날

계속되는 택배 노동권에 대한 논란으로 한국 통합물류협회가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814일을 공식 휴무일로 정해 택배 노동자들에게 연휴를 보장했다. 718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한국 우정본부도 동참하면서 파급력이 향상된 것이다. 이에 우체국과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젠 등 5개 택배사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의 95%4만 명이 공식 휴무를 했다. 택배 노동자를 응원하고 온라인 주문도 하루 쉬어가자는 취지로 SNS에서 '#늦어도 괜찮아' 캠페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도 전날(13)'주문 쉬어가는 날'로 정하고 연대에 나섰다.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과 같은 휴식이 '이벤트성' 처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택배 노동자 대우 향상 문제는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와 소비자의 편익 사이의 이해관계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당일 배송이 업계의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지만 시급성을 다투는 물품이 아니라면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하루 이틀 더 기다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배달 단가 현실화를 해결하기 위한 수수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택배업체의 개선 노력이다. 지금까지 택배기사들의 건강에 대해 택배업체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택배 노동자의 업무는 제품을 직접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해야 하는 육체노동이자 정신노동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공감과 연대가 절실한 때이다.